'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해진 신영복 교수가 동양고전에 관한 책을 내었다. 제목에 '강의'가 들어가는 이유는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과정이기에 동양 고전에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강의를 듣듯 나레이션 형태로 글이 이어지지만 이해하기가 간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정서에 알게 모르게 미친 선인들의 철학을 읽고 있자면 묘하게도 요즘 시대정신에 크게 뒤떨어진 느낌은 들지 않는다.

 ' 하늘이 위대하다고 사모하는 것과, 물자를 비축하여 그것을 잘 마름질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은가? 하늘에 순종하여 그것을 칭송하는 것과 천명을 마름질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은가?'    - 순자

 동양 고전은 실용적인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현대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게 되는 구절이다. 특히 다음 내용을 대하면 군주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던 시절에 쓰여진 고전과 현대철학의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 법은 귀족을 봐주지않는다. 먹줄이 굽지 않는 것과 같다. 법이 시행됨에 있어서 智者도 이유를 붙일 수 없고 勇者도 감히 다투지 못한다. 과오를 벌함에 있어서 대신도 피할 수 없으며, 선행을 상줌에 있어서 필부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윗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고, 아랫사람의 속임수를 꾸짖으며, 혼란을 안정시키고 잘못을 바로잡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공평하게 하여 백성들이 따라야 할 표준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는 법보다 나은 것이 없다. 관리들을 독려하고 백성들을 위압하며, 음탕하고 위험한 짓을 물리치고 속임과 거짓을 방지하는 데는 형보다 나은 것이 없다. 형벌이 엄중하면 귀족이 천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못하며, 법이 자세하면 임금은 존중되고 침해받는 일이 없다. 임금이 존중되고 침해받는 일이 없으면 임금의 권력이 강화되고 그 핵심을 장악하게 된다. 그러므로 옛 임금들이 이를 귀중하게 여기고 전한 것이다. 임금이 법을 버리고 사사롭게 처리하면 상하의 분별이 없어진다.'   - 한비자

 법 지상주의의 선언이고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을 지키지 않는 사회적 강자들에 대한 규제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사회적 강자에 대한 법 적용이 과연 공평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법 체계조차 모든 이를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뇌물수수죄보다 절도죄가 더 심각한 잘못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범죄와 불법 행위라는 두 개의 범죄관이 있습니다. 절도, 강도 등은 범죄 행위로 규정되고, 선거사범/경제사범/조세사범 등 상류층의 범죄는 불법 행위로 규정됩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소위 범죄와 불법 행위는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전혀 다릅니다. 범죄 행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매우 가혹한 것임에 반하여,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합니다.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인간 전체를 범죄시하여 범죄인으로 단죄하는 데 반하여,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사람과 그 행위를 분리하여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만 불법성을 인정하는 정도입니다. 이것은 주나라 이래의 관행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역설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법가의 법 지상주의가 인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군주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폄하하고 과거의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은 태도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태도는 우리의 현실은 물론 사회 구조에 대하여 매우 허약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