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한인회 도서관에서 빌려본 것은 아니지만 바로 어제(한국 시간 16일 오후 6시 12분) 김수환 추기경께서
영면하신 것과 관련하여 얼마 전 읽었던 그 분의 회고록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올려봅니다.  그리고 그 분의 선종에
진정 조의를 표합니다.   이책 역시 한인회 도서관에서 빌려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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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여름 부모님께서 몬트리얼을 방문하셨을 때 제가 부탁했던 책과 더불어

딸려(?) 온 책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디서 구하셨는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 읽

어보라고 가져오신 책이었지요.  당시 제목만 보고 전 당연히 종교에 관한 이야기(

론 종교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로 교리에 궁금증을 가지다가도, 또 때론 주춤

해지기도 하는데, 바로 이 책을 첫 대면할 때는 후자였지 싶네요.)인 걸로 지레짐작

하곤 한 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우연히 읽을만한 책을 뒤지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냥

어떤 책일까 궁금한 나머지 책꽂이에서 빼서 읽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첫 장에서부

터 이 책은 단순한 한 성직자의 신앙고백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난한 역사를 몸소 경

험한 한 인간의 회고록이라는 점이 가슴에 와 닿으며 내용들이 가슴에 은은하게 스

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대개가 다 가난했던 그 시절, 누구나 다 억울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한 많은 시간을

숨죽이며 지냈던 일제 치하였던 그 때부터 어린 김수환 추기경은 용감한 모습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며 이른바 될 성 싶은 나무의 싹을 보여주지요.  많은 위인들

이 그랬듯, 그분은 의협심이 대단했고, 참으로 솔직함에 거침이 없었던 학생이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분이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그건 우리나라 순교 성인 중 한 분이셨던 그 분의 조부의 피가 추기경님의 내면에 유

유히 흐르고 있어서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작 본인은 어머니가 권하는 사제자의 길

을 피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여 결국

사제자가 되었다는 고백에서는 참으로 진솔한 한 인간적 모습에 감동하게 되었답니다.

 

그건 보통 그 정도(?)의 자리에 오르신 분들은 자의든, 타의든 다른 이들의 눈을 생

각해서라도 그런 고백보다는 이 길은 다름 아닌 나의 천직이었습니다.” 류의 고백

같은 것을 하실 거라는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기대(?)를 저버린 지극히 인간적인

고백이었기에 말입니다. 

 

대신 추기경님은 이리저리 어떻게든 그런 엄청난 멍에(?)에서 벗어나고자 고뇌하고,

또 고뇌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분은 우리나

라 최초의 추기경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고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사제자

가 되고, 말고는 한 인간의 의지에서라기보단 하늘의 뜻에서 비롯된다는 걸 또 한 번

진하게 깨닫게 되었답니다.

 

또 추기경님은 우리나라의 다사다난했던 근대 역사와도 동고동락하신 분이라고 할

만한데 그건 바로 그분이 일제 유학, 그리고 징병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고, 고국

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겪었던 위험천만했던 시절에서부터 6.25 전쟁, 전쟁의 와

중에서 받았던 사제 서품, 거기에 5.16 혁명, 유신, 군사정권시절과 문민정부까지 이

모든 질곡의 역사를 직접 몸소 경험하셨고, 더욱이 그 가운데에 존재했었다 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그러한 역사의 회오리 가운데에서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꿋꿋하게 위기를 넘

기셨는데, 그럴 수 있었음은 바로 그분의 합리적이면서 융통성 있는, 그러면서도 기

본적인 그분의 철학(인간사랑)에 힘입는 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일

을 맞을 때마다 추기경님께선 안에서 울려 나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셨고,

도로서 난세를 헤쳐나가셨고, 그 중에서도 오늘날까지 그분을 잡아주신 건 바로 다

름 아닌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한 지향점을 둔 기도, 그리고 그것을 향한 염원이 바로 숱한 인생 역정의 순간

순간에서 빛을 발하고, 바로 살아 숨쉬는 세상 속의 교회의 수장으로서 든든한 한

몫을 했음을, 또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셨던 한 어른의 긍휼심,

선을 향한 평상심이 이 나라의 천주교인들의 귀감이 되며 면면히 우리의 역사가 되

었음을 발견했지요. 

 

더불어 저는 그분의 순수하신 모습에서 신에 대한 확연한 믿음을 본 것 같고, 우리

들 모두도 원하기만 한다면 그분처럼 어떤 하나를 향한 지향에 의지하여 평상심을

지닐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의 인간

적인 고뇌를 진솔하게 드러낸 이 책을 통해 깨닫고, 배운 것이랍니다.